동기들과 밥을 먹은 뒤 평범한 퇴근길..
아니..
인싸분들만 걸린다는 코로나를 제가요...?
부랴부랴 팀장님과 방금 같이 밥을 먹었던 ( ㅠㅠ ) 동기들에게 알리고...
순식간에 쏟아지는 연락 덕분에 나까지 인싸행..
이게 인싸의 삶인가?
막상 이렇게 감염 의심자가 되고보니
이게 보통 민폐가 아니었다.
같이 커피 먹은 팀원분들, 같이 밥먹고 논 동기들
다 재택근무를 고려해야하는 상황이 생겨버렸고,
안 그래도 우리 실 사람들 대표님과의 회의 이후에 엄청 중요한 과업을 맡게 되었는데
바쁘게 되자마자 이렇게 또 방해가 되다니..
그리고 그 분들이 집에 돌아가서도 가족분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게 겪어야할 불편한 상황들까지 생각하니
너무 죄송해서 뭐라 할 말이 없었다.
특히나 날도 더워서 운동 끝나고 무조건 헬스장에서 샤워를 해서,
탈의실에서 감염자가 옆에 있었다면 내가 생각해도 위험한 상황..
안일했다는 생각이 이제와서야 들었다.
"너 잘못은 아니다" "다들 뭐 조금씩 친구들도 만나고 했으니까 다 똑같지 않냐",
"그냥 운이 없는거다" 라는 주위 사람들의 위로를 들어도
어쨌든 샤워는 내가 집에서 할 수 있었는데 한거고, 뭐 어찌됐던 만약 다른 사람들의 가족에게까지 코로나가 전염된다면
이런 핑계들이 무슨 소용이겠어..
코로나에 대한 걱정들이 쌓이기 시작하니 진짜로 좀 몸이 안 좋은 것 같고 열도 나는 것 같았다.
정신이 몸을 아프게한다더니 진짜였다.
팀원분들께 그래도 죄송하다고 한 분씩 말씀드리고
모두 다 따뜻한 말들을 해주셔서 조금 위안을 얻고 바로 그대로 잤다.
다음 날 아침
내가 할 수 있는건 최대한 빨리 검사를 받고 결과를 알려주는 것밖엔 없기 때문에
일어나자마자 바로 진료소로 갔다.
마스크를 쓰고 사람들 사이로 평소와 같이 걷고 있었는데
'이 사람들은 내가 의심자라는 걸 모르겠지' 라고 생각하니 좀 소름이 돋았다.
그동안 코로나에 대해서 너무 걱정을 안하고 생활했던 것 같다.
진료소에 9시에 도착했는데도, 줄이 꽤 길었다.
우리 동네에는 지금 코로나 환자들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?
40분 정도 기다리니 내 차례가 되었다.
검사는.. 긴 쑤시개 같은걸 내 코에 깊이 쑤셔넣은 것이 전부였다.
어우 근데 생각했던 것보다 말도 안되는 깊이로 순식간에 찔렀다.
진짜 집어넣는다는 표현보다는 그냥 찌른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.
예상치못한 깊이와 속도감과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내 몸은 거의 활처럼 휘어서 한 발자국 뒤로 내빼버렸다.
그래도 정말 다행히도 잘 채취가 되었는지 "끝나셨어요" 라는 말을 들었다.
검사결과는 1~2일 후에 문자로 통보된다는데, 빨리 나와서
좀 주변 사람들의 걱정이 해소되면 좋겠다..